OST가 더 빛나는 영화
2014년 개봉과 동시에 감독만 확인하고 영화관으로 달려갔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원스'의 연출을 맡았고 아카데미에서 주제가상을 받았던 '존 카니' 감독입니다. 원스를 관람한 후에는, 적어도 저에게 존 카니 감독은 믿고 보는 감독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비긴 어게인 관람 후, 역시 존 카니 감독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며 극 중 나왔던 노래를 계속해서 흥얼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 카페, 길거리, 라디오 등에서는 비긴 어게인의 OST를 어디서든 들을 수 있을 만큼 많이 알려졌고, 영화 자체도 개봉국 중 대한민국이 글로벌 최고 수입을 기록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댄' 인생 최악의 기간
영화는 뉴욕의 어느 바를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그레타의 친구인 스티브는 자신의 공연 후, 그레타를 무대 위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억지로 올라가 기타와 함께 노래를 부르지만 관객들은 초반을 제외하고는 공연에 신경 쓰지 않고 각자 할 것을 하며 공연에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댄은 달랐습니다. 감동받은 표정으로 그레타를 쳐다보며 다시 과거 일상을 소개합니다.
댄은 흔히말하는 천재 프로듀서였습니다. 동업자인 사울과 함께 제작사를 운영하며 한동안을 꽃길만 걸었습니다. 사울은 점점 자본주의에 물들어 흔히 말하는 장사꾼이 되었고, 댄은 여전히 좋은 재능을 발굴해 키워보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댄은 꽤 오랜 기간 이를 실패하며 회사 내에서의 입지는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도 관계가 좋지 않아 홀아비와 다름없이 술을 최고의 친구로 두며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숙취 속에서 일어난 댄은 아내 대신 딸 바이올렛 픽업을 위해 학교로 차를 몰고 갑니다. 딸과 함께 회사로 향하는 댄은 미팅 중 사울과 언쟁을 벌이다 사울에게 공개적으로 해고 통보를 듣게 됩니다. 딸과 자신의 직원들 앞에서 한참 다툼을 하다가 딸을 보고 정신을 차리고 딸을 아내에게 데려다 주기로 합니다. 하지만 아내와도 딸과의 양육 문제로 다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차도 시동이 거릴지 않습니다. 인생은 꼬이기 시작하며 바에서 술을 홀짝이던 댄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그레타를 만나게 됩니다.
'그레타'의 과거
그저 담백한 그레타의 공연이었지만, 댄은 상상 속에서 여러 악기들과 합주를 하며 전율에 떱니다. 그레타의 공연이 끝나고 댄이 명함을 전달하지만 그레타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 이후 장소를 옮겨 서로의 음악과 가지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레타에게 다시 한번 댄은 고민하고 연락을 달라고 말하고 그레타도 역시 집으로 돌아갈 계획을 철회하고 뉴욕에 남게 되며 지난날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레타의 남자친구 데이브는 자신의 영화가 우연히 영화에 삽입되며 더 큰 음반사와 계약을 위해 함께 뉴욕으로 이동하여 좋은 아파트에서 거주하게 됩니다. 둘을 예전부터 서로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던 관계였고, 함께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데이브에게 Lost Stars라는 곡을 작곡해줍니다.
이렇게 둘의 관계와 데이브의 음반은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LA에 출장을 다녀온 데이브가 노래를 만들었다며 데모를 들려주지만 그레타는 데이브의 태도와 음악에서 표현하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달라졌음을 느끼고 데이브의 뺨을 칩니다. 데이브는 아무 변명 없이 음반사 직원과 바람을 폈다고 고백하고 그레타는 그 길로 친구 스티브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됩니다. 그러다 돈이 다 떨어지고 의욕도 잃어서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스티브에게 이끌려 바에 놀러 가게 되고, 그곳에서 노래를 하다 댄을 만난 것입니다.
댄과 그레타의 시너지
댄은 음반을 해보자는 그레타의 연락을 받고 사울에게 달려가 그녀의 노래를 들려주지만 사울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댄은 이러한 반응에 다 필요 없다며 바로 앨범을 만들자고 합니다. 스튜디오도 필요 없다며 뉴욕의 야외에서 녹음을 시작하게 됩니다. 스티브가 팀원으로 함류하며 여러 세션들을 채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바이올린 신동 말콤, 말콤의 누나인 첼리스트 레이첼, 발레 학원 피아노 반주가 잭, 그리고 댄의 프로듀싱으로 크게 성공한 가수들의 드러머와 베이시스트를 고용해 본격적인 녹음을 시작합니다. 녹음 장소는 스티브의 집부터, 뉴욕 뒷골목 그리고 지하철 역사 등등에서 이뤄지고 경찰에게 쫓기는 등 유쾌하고 긴장감 넘치게 진행됩니다.
그렇게 긴 녹음의 마지막 장소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어느 건물의 옥상입니다. 댄과 그레타는 일렉기타를 치는 딸 바이올렛도 녹음에 참가시킵니다. 자신 없어하는 바이올렛을 위해 댄이 베이스를 잡고 바이올렛에게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걸 치라고 그레타는 응원해 줍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녹음은 바이올렛의 기타와도 잘 어울리며 마무리됩니다.
어느 날 밤, 그레타와 스티브는 데이브를 방송으로 보게 됩니다. 이에 즉흥적으로 그레타는 데이브에게 전화를 걸어 노래를 남깁니다. 노래를 들은 데이브는 그레타를 찾아가 다시 잘해보자고 이야기를 하며 그레타가 선물해 주었던 Lost Stars를 앨범에 수록했다며 들려주는데, 원곡의 느낌은 전혀 없는 대중적이 노래로 바뀌어버렸습니다.
녹음 후, 파티를 마치고 댄과 그레타는 앨범을 들고 자신의 회사에 다시 찾아갑니다. 사울은 앨범에 대해 극찬을 하며 계약을 하자고 하지만, 1:9로 수익을 나누자는 제안에 계약을 미루고 사울에게 한방 먹이게 됩니다. 두 사람은 작별의 포옹을 하고 둘의 갈길을 떠납니다.
그레타는 초대받은 데이브의 공연장을 찾아갑니다. 그레타가 만들어준 곡이라고 팬들에게 소개하며 Lost Stars를 부릅니다. 하지만 대중들이 즐기는 모습에 자신의 음악은 이미 변했고, 데이브와의 관계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에 씁쓸하지만 시원하게 정리를 합니다. 데이브는 이 사실에 착잡해 하지만 팬들에게 애써 웃어 보입니다. 이후 그레타는 댄의 집을 찾아가게 됩니다. 댄은 이에 아내와 화해를 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간다며 그레타에게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이를 축하해 주던 그레타는 앨범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댄은 그레타의 앨범이니 마음대로 하라고 하며, 인터넷에 단돈 1달러에 앨범을 올리기로 결정합니다. 이렇게 대중에게 앨범이 공개가 되고 제작자 사울은 댄에게 자리를 빼라고 하며 영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역경을 극복하는 자세
저는 음악을 하지 않지만 음악으로 많은 위로를 받고 있는 입장에서, 그레타와 댄의 모습은 충분히 저에게 모범이 될만했습니다. 각자의 역경이 있지만 노력과 웃음으로 이를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의 경험이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인생이 영화와 같이 해피엔딩은 아닐 수도 있지만, 해피엔딩을 꿈꾸며 나아가는 과정이 훨씬 심적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 영화를 꼭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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